선어말어미의 결합 순서
선어말어미는 어간과 어말어미 사이에 결합합니다. 그러나 선어말어미는 어말어미와 달리 동사나 형용사의 활용형이 표현하고자 하는 문법적 의미에 따라 둘 이상이 결합할 수도 있습니다. 선어말어미가 둘 이상 쓰일 때는 서로 간에 결합 제약과 결합 순서가 있습니다.
어간 + {시} + {었} + {겠} + 어말어미
위의 예는 선어말어미의 간의 결합 순서를 대략적으로 나타낸 것인데, '-시-'는 존대 선어말어미, '-었-'은 과거 시제 선어말어미, '-곗-'은 추측의 양태를 나타내는 선어말어미입니다.
한국어에서 '-시-'는 선행 동사나 형용사가 나타내는 행위나 상태가 사회적으로 상위자로 간주되는 인물에 관련된 것임을 유표적으로 가리키는 사회적 지시(socialdexis)를 표시하므로 어간에 가장 가까이 결합합니다. 즉, 이는 동사나 형용사 어간에 의미상 관여적인(relevant) 것일수록 어간에 가까이 결합한다는 일반 원리에 부합합니다. 그래서 한국어의 '-시-'는 '계시다, 주무시다'와 같은 보충형(suppletive form)이 존재하기도 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위의 예에 제시되지 않은 선어말어미로는 '-더-'와 '-느-'가 있습니다. '-더-'와 '-느-'는 후행하는 어말어미와 긴밀히 결합하여 쓰이므로 그 순서는 '-겠-' 뒤에 위치합니다. 또, '-더-'와 '-느-'는 한정된 어말어미와만 결합하고 그 일부는 역사적 발달 과정에서 어말어미와 융합되어 어말어미의 일부로 쓰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 어간 + {시} + 어말어미{은/는/던/었던/을}
나. 어간 + {시} + {었} + {겠} + 어말어미{기/음}
위의 예는 동사나 형용사의 어간에 관형사형 어미와 명사형 어미가 결합했을 때의 선어말어미 결합 순서를 보인 것입니다. '가'에서 보듯이 관형사형의 경우에는 선어말어미 '-겠-'이 쓰이지 못하고, '-었-'도 '-었던'형을 제외하면 쓰이지 못합니다. 이는 관형사형어미 '-ㄴ/-은', '-ㄹ/을'이 관형화의 기능과 아울러 양태 및 시제와 관ㄹ녀된 일부 기능도 가지기 때문에 이러한 제약이 발생되는 것입니다. '나'는 동사나 형용사의 어간에 명사형 어미 '-기, -ㅁ/-음'이 결합한 예인데, 명사형 어미 '-기'는 그 전체가 어미로 변한 '-기에' 구성을 제외하면 그 앞에 '-겠-'이 오지 못한다는 제약이 있습니다. 이와 달리 명사형 어미 '-음' 앞에는 '-시-, -었-' 뿐만 아니라 '-겠-'도 자유롭게 올 수 있습니다.